
저는 1979년 일본에서 제작된 TV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어른이 된 후 인터넷을 통해 비로소 보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원작소설의 제목은 "Anne of Green Gables"입니다만, 한국에서 소설책으로 출판되었을 때는 타이틀이 대부분 "빨간 머리 앤"이었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빨강머리 앤"이었죠.
이 애니메이션은 저를 은밀히 그리스도 예수님께로 인도했던 여러 작품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왜냐하면 "빨강머리 앤"의 에피소드들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사랑이 은연중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빨강머리 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 작품이 얼마나 기독교적인 색체가 짙은 작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앤의 마지막 대사가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시에 나오는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구절은 브라우닝이 시를 지을 때 성경의 전도서5장2절 말씀을 인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애니메이션이 너무 좋아서 원작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3부작 소설책을 모두 구입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3부작 중 1부만 가지고 만든 작품입니다. 저는 소설뿐 아니라 과거에 방영되었던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까지 샅샅이 찾아서 전부 시청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일본의 애니메이션만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원작소설도 애니메이션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넷플릭스에서 "Anne with an E"라는 타이틀로 TV시리즈가 방영된 적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겉모습만 "빨간 머리 앤"이지 드라마의 내용은 완전히 이질적이고 PC주의와 동성애가 범벅된 잡탕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1985년에 KBS 2TV에서 방영되었습니다. 그 이후 2000년대 초에 투니버스 채널에서 재방영되었고, 2008년에 EBS에서도 재방영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KBS 더빙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2018년에 대원방송이 새로운 성우들을 사용해서 재더빙을 해서 재방영을 했고, 2022년 이후로 애니원에서 재방영했다고 합니다. 저는 초판본의 80년대 KBS 성우들의 더빙만을 좋아합니다. 저는 그분들이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빨강머리 앤"에서의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그 어떤 최상급 배우들의 연기보다도 훌륭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 얘기를 하다 보니까 서론이 길어졌네요. 오늘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단어를 말하는 화자(話者)와 그 단어를 듣는 청자(聽者)가 양쪽 모두 각자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을 희생하거나 자기에게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면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위는 앤이 동급생들과 위험한 내기 놀이를 하다가 발목을 크게 다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릴라가 놀라는 장면입니다. 원작소설에서는 마릴라가 앤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찌르는 듯한 두려움과 함께 가슴이 아파오면서 앤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나옵니다. 저는 원작소설에서의 표현을 아주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장면에서 마릴라의 모성애를 훨씬 더 풍부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릴라는 앤을 간호하고 앤이 잠들자 창가에 앉아서 오늘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면서 그 순간의 공포심을 떠올렸습니다. 그녀는 앤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 이게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의 장면은 매튜가 심장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공 앤이 샬롯에서의 학업을 중단한 체, 급하게 초록색 지붕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원작소설에는 없는 장면입니다. 매튜 아저씨에 대한 앤의 깊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별도로 추가한 애니메이션에만 있는 스토리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앤은 비록 매튜의 심장병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고 혹시 그가 잘못될까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저는 앤이 누군가를 걱정하고 있는 그 마음조차도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앤을 데려오기 전까지의 마릴라 커스버트와 매튜 커스버트 남매에게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둘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서 함께 살면서 가족으로서의 '정'은 서로 있었겠지만, 너무나 소중해서 내가 가진 다른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주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사랑'은 앤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실제 피붙이로서의 딸이 아니라 고아원에서 초록색 지붕의 집으로 왔을 때 이미 만 11세였던 아이를 친 자식만큼, 아니 그보다 더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마릴라와 매튜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앤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했고 사랑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앤에게 사랑받았기 때문에 행복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행복했던 것은 그들이 앤을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을 믿는다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은 성경에 무수히 기록되어 있습니다(아래 링크된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글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관한 부분 참조). 그리고 아버지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아들하나님을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희생물로 내어주기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큰 하나님의 사랑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도록 허락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면서 그런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저는 영원무궁토록 주 하나님을 사랑하며 주님의 공의가 만천하에 실현되고 주께서 영광을 받으실 그날만을 학수고대합니다. 그때까지 주님께서 저와 제 형제자매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마라나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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